매년 가족의 생일이 돌아오면 고민하게 되는 것이 선물입니다.
저희 부부는 올해로 결혼 10년차이지만 어떤 선물을 할 지 매번 참 어렵더라구요.
평소 필요한 것이나 원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서프라이즈는 아닐 수 있어도 확실한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또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지요..ㅎㅎ
저는 극 F인 사람이라, 선물도 선물이지만 내 생일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해준다는 사실에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저희 남편은 이벤트에 강한 사람은 아니에요. 평소에는 다정한데 오히려 기념일을 잘 못 챙겨서 구박?을 받곤 합니다.ㅎ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생일에 남편이 준비해주었던 생일이 참 고맙고 기억에 남았어요.
와이프 생일선물로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록해 봅니다.
1. 미역국 직접 끓여주기 & 원하는 케이크 미리 예약하기
역시 생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미역국이지요.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결혼한 이후로 쭉 지켜지고 있는 부부의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서로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는 것입니다. 다른 요리나 반찬은 색다를 것 없더라도 미역국은 서로 꼭 끓여줘요. 남편이 끓여준 소고기 미역국, 전복 미역국, 황태 미역국까지 모두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평소 요리를 즐겨 하는 남편은 아니지만 제 생일 미역국 만큼은 잊지 않고 끓여주거든요.
그리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미리 예약해두는 것도 좋아요. 물론 당일에 케이크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지만, 미리 예약해 두었다는 건 그만큼의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니까요. 아이들에 맞춰 늘 초코 케이크만 먹다가, '내 생일엔 딸기 생크림 케이크 먹고 싶어!!' 라고 했더니 유명한 수제 케이크 집에 딸기가 가득 들어있는 생크림 케이크를 예약해 주었더라구요. 작은 것이지만 나의 말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 주었다는 것에 감동이었습니다.
2. 가지고 싶지만 본인을 위해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것 선물하기
사실 이건 모든 선물의 기본 원칙인 것 같습니다. 받았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선물이지만, 그만큼 상대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에 어려운 선물이기도 하지요. 엄마가 되고 보니 모든 생활의 초점이 아이들에게 맞추어지더라구요. 아이들이 먹는 것, 입는 것, 책, 놀잇감, 교육 관련한 것 등등을 알아보고 구입하기 바쁩니다. 그러다보니 엄마 자신에 대한 것들은 자연스레 뒤로 밀어두게 되요. 자세히 알아보거나 고민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기도 하고 말이죠.
특히 올해는 육아휴직 3년차를 맞이하며 몸도 마음도 굉장히 지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엄마로서의 경력은 쌓여 가지만, 정작 나라는 사람은 많이 희미해졌더라구요. 그런 저를 위해 남편이 준비해 준 생일선물은 바로 '마사지샵 정액권' 이었습니다.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뻐근해서 늘 힘들어하면서도 마사지샵 정액권을 끊는 건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일도 쉬고 있으니 나를 위해 목돈을 쓰는 게 참 쉽지 않더라구요.
네가 아프면 안된다, 힘들 때마다 꼭 가서 마사지를 받으라고, 다 쓰면 또 끊어주겠다는 남편의 말에 울컥했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서 잘 한다는 마사지샵을 알아보고 직접 가서 상담도 해보고 끊어준 것이라 더더욱 감동이었어요. 가서 마사지를 받을 때마다 남편 생각도 나고 힘들어도 화이팅하게 되구요! 육아 중인 엄마들이라면 삐끗 뻐근 결림 없이 사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정말 30-40대 와이프 생일 선물로 추천드리고 싶어요.
3. 진심이 담긴 한 마디
배우자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나 카드를 써보신 것은 언제인가요? 부끄럽게도 저 또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사실 결혼 연차가 늘어갈수록, 애정 표현에 조금 인색해지곤 합니다. 마음은 안 그래도 어쩐지 이제 육아동지 같은 배우자에게 조금은 낯간지럽기도 하구요..ㅎ 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요. 글이 어렵다면 카톡으로라도 전해주세요. 따뜻한 포옹과 함께 말로 직접 하시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축하해, 잘 태어났어,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 쉬워서 오히려 놓치게 되는 말들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