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에 다녀본 적이 있으신가요? 80~90년대생이라면 아마도 한 번 정도는 문화센터 혹은 문화회관에서 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아파트나 동네의 회관에서 이루어지던 수업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엄마 손에 이끌려 들으러 갔던 수업들. 잠깐이지만 그곳에서 수영도 배웠고, 과학 교실에서는 여기저기 자라는 풀들의 이름을 도감에서 찾아 적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체능 쪽으로는 참 취미도 재능도 없었던지라 아주 즐거웠던 느낌은 없습니다만,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했다.'라는 감각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1. <도토리 문화센터> 책 소개
<도토리 문화센터>는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웹툰입니다. 단행본으로는 현재 1권만 출간되었습니다. <어쿠스틱 라이프> 시리즈, <내가 태어날 때까지>로 유명한 난다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전작들을 모두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매우 기대가 되었습니다.
취미라고는 질색, 취미는 인생의 낭비라고 여기는 대기업 부장님의 문화센터 파괴하기 프로젝트라니! 뻔한 스토리가 아니어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일까? 결론적으로 저는 작가 특유의 둥글고 몽실몽실한 그림체, 하나하나 개성 넘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 그리고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한 화 안에서도 웃다가 울었다가,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에 멈춰 한참을 다시 보다가 그렇게 아껴가며 보게 되는 만화입니다.
<도토리 문화센터>는 신청도 오프라인으로 해야 할 만큼 아주 오래된 문화센터이지만, 오픈런을 해도 원하는 수업 신청을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인기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조만간 살아 움직이는 도토리 문화센터의 인물들을 만나 볼 수도 있겠습니다.
2. 엄마들은 문화센터에 갑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습니다. 문화센터, 줄여서 '문센'은 어린이집 보내기 전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가는 필수 코스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는 문화센터 수업은 신청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출산율이 바닥이라면서, 아이가 없다면서 문화센터에만 오면 온 동네 유모차와 아기띠는 다 볼 수 있었기에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꼭 가야 할까? 하면서도 뭐든 다 해보고픈 초보 엄마는 수강신청 성공 후 문화센터에 갔습니다. 그 당시 살던 동네는 오르막길이 심한 곳이라 아기띠를 하고 가든, 유모차를 끌고 가든 돌아올 때엔 극기훈련을 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다녀오면 더위를 먹어 끙끙 앓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문화센터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 아이의 예쁨도, 육아의 고단함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까워진 엄마들과 수업을 마치고 밥 한 끼, 차 한잔 하는 그 시간으로 또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비록 내내 아이들을 먹이고 챙기느라 대화는 이어졌다 끊어졌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했지만 말입니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문화센터라는 공간은 연령도, 성별도, 관심사도 다른 모두를 품어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언가를 배우지만 학교나 학원보다는 자유롭고 조금은 느슨한 공간. 신청만 한다면 언제든 그곳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공간. 그 안에서 받는 찰나의 소속감과 동지애. 엄마들은 문화센터에 갑니다. 육아의 시간은 한없이 행복하지만 한없이 외롭기도 하니 말입니다. <도토리 문화센터>에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의 이야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저에게 문화센터란 이렇게 기억되는 곳입니다.
3. 엄마가 되고 웹툰을 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육아를 하며 생긴 취미 중 하나가 웹툰 보기입니다. 첫째는 엄마 배꼽을 만져야만 자는 아이였습니다. 겨우 재워 슬쩍 빠져나오면 금방 알아차리고 울며 엄마를 찾곤 했습니다.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한데, 아이는 사정을 봐주는 일이 없기에 결국 폰에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그 옆에서 핸드폰 밝기를 가장 어둡게 해 둔 채, 이런저런 것들을 보는 것이 고된 하루 속에 하나의 낙이었습니다.
그러다 웹툰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서너 개 정도 챙겨보던 웹툰이었지만, 나중에는 업데이트되는 각 요일별로 서너 개씩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활자에 살짝 집착하는 성향, 어딜 가나 읽을거리가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입니다. 깜깜한 가운데 책을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기사 같은 걸 살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자연스레 관심이 웹툰으로 옮겨갔습니다. 매일 새로운 작품이 업데이트되는 세계라니! 안구 건조증과 시력 저하를 얻게 될 것이 분명함에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피곤한데도 그냥 잠들긴 너무 싫은, 엄마의 깜깜한 밤에는 웹툰이 필요했습니다. 둘째를 키우는 지금도 말입니다.
아직 <도토리 문화센터>를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책이 당장 없다면 카카오웹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폰으로 온 세상을 다 다니는 엄마들이 잠시나마 그 안에서 웃음과 위로를 얻기를. 한결 따사로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