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아이와 수학 문제집을 선택해서 풀기로 했을 때에는 온라인에서 많이 거론되고 공구가 자주 뜨는 문제집들을 구입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너무나 반복이 심하고 단순한 문제집들이었습니다. 솔직히 잘 몰랐고, 그냥 다들 많이 하는 문제집이라니까 중간은 하겠지라고 편하게 생각했던 겁니다.
핑계를 대보자면 주말부부에 워킹맘이었고, 나 홀로 일하랴 육아하랴 정신없이 바빠 그저 하루의 할 일을 다 마치는 데 급급했던 나날이었습니다. 잘 몰랐기에 무모했던 날들, 아주 도움이 안 된 건 아니겠지만 그때 흘려버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평생 하는 것이 공부이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생각보다 진도를 빠르게 나가기 쉽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또한 개인의 취향이고 엄마의 선택인 부분인지라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문제집을 여러 개 풀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었던 저는, 지인의 소개로 문제집을 바꾼 이후로 쭉 그 커리큘럼만 따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만족하고 있는 편이라 어떤 문제집을 풀리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분들, 혹은 그 문제집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1년간 해 왔던 수학 문제집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1. 왕수학 시리즈 - 왕수학(실력 편), 점프 왕수학(최상위)
왕수학은 교과수학을 기본으로 하는 문제집입니다. 각 단계에서 한 학년 당 학기별로 1권씩, 총 2권을 풀게 됩니다. 왕수학 시리즈는 기본-실력-최상위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최상위의 다음은 경시 단계로 응용 왕수학, 올림피아드 왕수학이 있습니다.) 저는 왕수학을 조금 늦게 접하게 되었고 이미 아이가 1학년인 상태였기에 왕수학 1-1 실력편부터 시작했습니다. 더 이른 나이에 선행을 하는 경우에는 기본편부터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실력 편은 각 단원별로 개념 확인하기, 기본 유형 익히기, 기본 유형다지기, 응용 실력 기르기, 응용 실력 높이기, 단원평가로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디딤돌 수학 시리즈를 풀리고 있는 친구네와 이야기해 보니 <디딤돌 기본응용 편>이 <왕수학 실력 편>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도 디딤돌 시리즈를 많이들 하고 있고, 그 유명한 류승재 님의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에서도 기본으로 디딤돌 시리즈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집을 펼쳤을 때의 느낌이 디딤돌이 왕수학보다 시각적으로 좀 더 딱딱하고 중학생이 써도 될 법하게 느껴져서 왕수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는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상위 5% 도약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점프 왕수학(최상위)은 역시 괜히 최상위가 아니었습니다. 실력 편을 마치고 최상위 편을 푸는 동안 사실 아이도 저도 굉장히 힘이 들었습니다. 왕문제까지는 실력 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왕중왕문제는 엄마인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나왔고, 마지막 영재교육원 입시대비문제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풀 수 있는 문제여도 아이가 이해를 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또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정말 힘겹게 최상위 1학년 1,2학기를 다 마쳤지만, 그래도 아이가 한 뼘 성장했다는 것은 분명히 느껴졌고 너무나 대견했습니다. 올해 2학년 최상위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2. 꼭 알아야 할 수학 문장제
꼭 알아야 할 수학문장제 시리즈는 각 학년별 1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왕수학 실력 편 1-1, 1-2를 마친 후에 <1학년이 꼭 알아야 할 수학 문장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로 연결되는 과정은 여느 문제집과 같습니다만, 재미있는 부분은 난이도에 따라 동메달 따기, 은메달 따기, 금메달 따기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문제를 풀면 메달을 따는 것 같은 느낌으로 아이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포인트입니다.
문장제를 풀며 알게 된 것은 일단 아이가 문제가 길어지니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것부터 굉장히 힘들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식을 쓰며 푸는 것도 너무나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1권뿐인 문장제이지만 꽤 시간이 많이 걸려서야 끝을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펼쳐보니 처음에 비해 나중에는 훨씬 수월하게 문제를 풀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장제에 적응하고 문제해결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문제집입니다.
3. 핀란드 수학 교과서
핀란드 수학 교과서 시리즈는 조금 결이 다른 문제집입니다. 책에서도 제목 그대로 핀란드 초등학교의 수학 교육 전문가들이 만든, 핀란드에서 제일 많이 보는 수학 교과서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좀 어린 친구들 문제집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연산 같은 경우는 여러 문제가 있기도 해서 다 풀지 않고 골라서 풀기도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연산과 서술형, 사고력 문제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수학 퀴즈를 푸는 느낌의 창의적인 문제들도 있어서 아이도 재미있어했습니다. 그림이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무형광 종이 인쇄여서 눈이 편안한 점도 좋았습니다. 왕수학 진도를 나가느라 바빠 쉬고 있었습니다만, 보조적인 역할의 문제집으로 부담 없이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4. 마치며
소개한 문제집들 외에도 정말 다양한 문제집들이 있고,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 시리즈를 선호하지만 언젠가 다른 문제집을 선택하는 때가 올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에 저처럼 단순 반복 연산 위주의 문제집만 풀리시진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결국 그때의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문제집이 가장 좋은 문제집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들 꼭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