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인간상이라는 건 분명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모두가 다르고 그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엄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엄마니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상하게도 엄마라는 역할에는 어떠한 취향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입니다. 본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나는 중요하지 않고 엄마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이 우선됩니다.
1. <취향육아> 책 소개
<내향육아>를 쓴 이연진 작가의 두 번째 책입니다. 처음 <내향육아>를 보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렇듯 담담하고 가르치지 않으면서 가슴 깊이 스며드는 육아서라니 하고 말입니다. 작가의 아이는 SBS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 있는 과학영재입니다. 역시 그 뒤에는 아이의 시간을 따뜻하고 살갑게 보듬어준 엄마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해야 영재를 키운다!라는 투의 책은 전혀 아닙니다. 엄마가 되는 순간 외향적으로 변해야 할 것 만 같은 분위기, 내 아이 잘 키워보겠다는 육아의 열기가 가득한 세상. 그 속에서 본인의 중심을 지키며 아이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한 엄마의 이야기였습니다.
<내향육아>가 내향적인 엄마의 고백 같았다면 <취향육아>는 좀 더 본격적으로 작가 본인의 취향이 삶과 육아에 녹아있는 책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빨간 머리 앤을 다시 읽고 싶어 졌고, 복 짓는 마음으로 모든 일을 했다는 어머니의 말씀엔 눈물도 찔끔 났습니다. 결국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돌아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집,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어릴 적 집에 돌아오면 부엌에서 풍겨오던 맛있는 냄새, 누우면 잠이 솔솔 오던 무릎베개 그런 것들은 참 오래 기억에 남아 삶을 지탱해 줍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아이의 취향을 면밀히 살피게 됩니다. 되도록이면 선호하는 것들을 제시해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엄마의 취향도 지킬 수 있다면 보다 편안하고 조화로운 일상을 가꾸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취향육아라는 것은 결국 그 중간 지점을 잘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단정하고 포근한 글들이 가득하고 엄마의 노력을 강요하지 않는 책입니다. 엄마 역시 취향을 가지고 살아온 한 사람이니 그 취향을 다 잃어서는 안 됩니다. 육아도 인생의 한 부분이므로 자연스럽게 나의 삶에 녹아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비슷한 마음을 지닌 엄마들이라면 분명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 취향육아란 무엇일까?
부끄럽지만 엄마의 취향을 잘 모릅니다. 늘 엄마는 괜찮다며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우리 취향대로. 평생 본인의 취향을 내세우지 않고 남편과 아이들을 우선해 준 엄마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취향을 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무얼 가장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할지 누군가 물으면 어쩐지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엄마 본인만은 알고 계셔야 할 텐데, 뒤로 미루고 숨겨두는 데 익숙해져 아예 잊으셨으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모든 것에는 취향이 영향을 미칩니다. 저마다 일하는 방식도, 놀고 쉬는 방식도 모두 다릅니다. 삶의 모든 것들이 결국은 취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육아에서는 왜 이렇게 내 취향을 찾는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질까요? 어느 순간 해결해야 할 상황만이 존재할 뿐 취향은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 취향은 조금씩 밀려나고 아이의 취향이 일 순위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내 아이의 취향을 발견하고 지켜주는 일은 즐겁습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내 생애 이렇게도 공룡에 대해 많은 책을 보고 어려운 이름과 특징들을 줄줄 외울 날이 있었을까요?
그래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의 취향을 누리는 순간들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엄마는 뭘 좋아해? 엄마는 뭘 하고 싶어? 엄마의 꿈은 뭐야? 툭툭치고 들어오는 아이의 질문에 쉽게 할 말을 찾지 못해 당황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도 엄마의 취향에 대해 잘 파악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듯 육아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분 좋은 방식으로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취향육아일 것입니다.
3. 육아도 취향대로 할 수 있다면
육아가 좀처럼 잘 되지 않는 날들이 있습니다. 집안일도 마음에 차지 않고, 아이들도 유난히 잘 따라와 주지 않는 그런 날들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나의 일을 미뤄두고, 모든 것을 쏟아 키우는 것이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들 쉽게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힘이 들까? 마음이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엄마이기 이전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었나 떠올려 봅니다. 별다른 특이점은 없지만, 참 올곧게도 취향을 따라 살아온 편입니다. 취향이 아니면 영 마음이 가지 않는 모난 성격 탓입니다. 선생님은 성적이 너무 떨어졌다며 재수를 권하셨지만, 똑같은 생활의 반복을 못 견딜 나를 너무 잘 알아 빠른 포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취향에 맞춰 간 전공은 꽤 잘 맞았고, 운 좋게도 또 원하던 직장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직장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취향이 비슷한 이들, 닮고 싶은 좋은 취향을 가진 이들을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취향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삶은 성공을 논하긴 어려워도 행복했습니다. 내가 나를 잘 알고 내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잘 먹고, 어떨 때 잘 웃고 우는 사람이었지? 이런 것들이 희미해져 간다면 나부터 돌봐야 합니다. 많은 이야기들의 끝에서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사실은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저 오늘 밤 편히 잠들기를 바란다고 말입니다. 너무 오래 헤매고 울지 않길 바란다는 그 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책을 읽고선 한층 따스한 마음으로 아이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취향육아>는 잘해보고 싶어 지쳐버린 엄마에게 어떤 말보다도 위로가 되는 햇살 같은 책입니다. 오늘은 아이의 취향을 살피는 대신 엄마의 마음이 가는 방향, 취향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좋은 취향은 결국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테니 말입니다.